*잔소리*
- 전숙-
불면의 시계가 태엽 풀리듯
혼자서 밥을 먹는다
냉장고에 늘어선 반찬들은
점고를 기다리는 기생처럼 나붓하다
나는 이도 저도 염사가 없어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묵은 김치에 코를 박는다
마누라는 골고루 먹어라 채근하고
마이동풍이 된 울림은 덜컥대더니
귓바퀴의 웅덩이에 빠지고 만다
나는 옹이진 잔소리를 다독여 다시 귓불에 건다
있으면 건성건성 아무렇지 않던 것들이
빈자리를 돌아보는 익숙한 향내에
문득 목이 메이고
더불어 부대끼던 어딘가
뭉그러진 관절에 시디신 눈물 고인다
봉숭아빛 고흔 약지노을에
포개어 물든 마음 한 자락
외줄기 들메를 사무치게 동여매느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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