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 푸는 봄*
- 전숙-
기다리던 임은 만삭이 되고
양수 터지듯 봄비 내린다
닫아걸어도, 다독거려도
멈출 수 없는 것이 있다
매서운 어둠을 건너온 매화 아기
향그로운 젖내음에
삼동할머니 지린 속곳도 고흔 내음에 빨려든다
동백, 제 흉금 시뻘겋게 달구어
새봄의 태반이 되고
지리산 산수유는 산고産苦에 하늘이 샛노랗다
퇴행된 관절마다 아지랑이 늘어지고
고목에도 꽃 같은 검버섯 화창하다
익숙하다고 낡은 것은 아니다
묵은 정이 한결 사무치듯
오래 동침한 참꽃의 향기와 빛깔에
물오른 마음은 껴안을수록
누런 세월이 아프게 피어난다
봄이 알을 낳는다
숙련된 산파는
알의 눈물을 약손으로 핥아주고
껍데기의 흉터까지 달디 달게 읽어낼 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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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음악: 프라하의 A Dream(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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