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리의 노래*
- 전숙-
그래, 차라리 바람이었으면 좋겠다
당신의 구석구석 한 치의 빈틈없이
바람의 혀가 되어 음미할 수 있다면
나의 핏줄이 당신의 뼈에서 돋아나와
심장근육이 우주의 시작처럼
한 개벽씩 두근거릴 때마다
우리의 영혼이 득음의 유영을 하려면
그래, 차라리 유성처럼 흐르는
보여도 보이지 않는
만져도 만질 수 없는
기도와 함께 흔적 없이 지워지는
꿈이었으면 좋겠다
사랑이 흐르는 개울마다
환희의 눈물처럼 반짝이는
먹구름의 비늘이었으면 좋겠다
당신이 내 곁을 스칠 때마다
나의 오감에 당신의 숨결이 스며들어
영혼이 젖어 흐드러지는 달빛처럼
당신 혈관에 박동치는 피돌기의 가락으로
한바탕 신명나게 울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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