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름을 읽다*
-전숙-
서시가 되고 싶었을까
벽안의 여배우 이마의
주름을 흉내 낸 적이 있다
흉내는 빠져나갈 수 없는 물증이 되고
미간에 석 줄의 깊은 심술이 파였다
허섭이 그득 고인 볼따구니
염라에까지 불려갈 필요 없겠다
양심선언하고 확정판결 받는 것이
시간절약 경비절약 되겠다
육법전서가 팔랑팔랑 넘어가는
낙엽 한 장 주워서 생生의 주름을 읽는다
잎맥에는 대하소설 열 권이
주름살 한 줄에 접혀있다
그 주름 반듯하게 다려서
되짚어 걷노라면
어스름한 해거름도 더러는 달빛 곱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