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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리-전숙

전숙 2006. 11. 2. 08:12

  빈자리
             전숙
곤한 남편을 억지로 깨워 
꽃참동안 
빈자리에 누워보니
피붙이처럼 익숙한 
남편의 체취가 후틋하여 
나무말미에도 
찬밥이 데워진다
빈자리를 위해 
아랫목을 덥히던 
놋그릇이 스텐으로 
세월이 바뀌어도
빈자리를 기억하는 마음은
언제나 아랫목처럼 
자글자글 끓는다
빈자리를 기다리며
아랫목에서 뜨겁게 뒹굴던 
밥주발이 그리워지는 날
잎진 자리가 
시려운 나무들은 
더운 수액을 끌어올리고
사랑보다 끈끈한 
정 한 사발 챙겨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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