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꿀벌이 해당화에게*
-맑음 전숙-
네 활짝 핀 얼굴을 보면 왜 눈물부터 나는지 모르겠어
네 지극한 향기에 닿으면 왜 가슴이 서늘해지는지 모르겠어
가마솥처럼 너른 너의 품으로 와락 안겨들고 싶은데
네가 나에게로 오기까지의
다섯 마당 허당에서 외줄 타는 초조함으로 키워온
아름다운 성장의 뒤꼍을 알기에
네 향기 자락을 붙잡고
이윽고 너의 앞에 이르렀을 때
반기는 듯 노란 미소 가득 번지는 꽃술의 떨림을 보며
나는 마냥 너의 꿀을 탐할 수만은 없었어
그래, 너처럼 나도 조심히 다가갈게
내 날개의 거센 흔들림이 혹여 너에게 거슬리면 말해주겠니
나는 단지 네가 나를 위해 마련해둔 너의 소중한 보석들
한 푼의 허실도 없이 오체투지로 담아가려는 거란다
나의 동무를 위해
그리고 너의 동무를 위해
우리 모두의 눈물이 합쳐지면
커다란 붉은 눈물이 열리고
그 눈물을 알뜰히 닦아줄 또 다른 누군가를 위해
우리 사랑이 또 다른 열매를 맺고
그 열매가 또 다른 사랑을 찾겠지
너와 나의 사랑이 눈물이면 어떠니
우리 서로의 눈물을 알아주고 닦아주면 되는 것을
뭍에서 바람이 불어오면
나는 너의 향기를 좇아 뭍으로 날고
바다에서 해가 지면
나는 너의 그림자 찾아 바다를 헤매일게
네가 눈물로 기다리는 동안 나도 눈물로 다가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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