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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여행

전숙 2006. 1. 27. 18:34

 

<기차여행> -맑음 전숙- 가고 싶은 곳은 어디였을까 목젖 열리는 하품소리 제풀에 가라앉는 간이역마다 차표 한 장에 고향을 꿈꾼다 따뜻한 커피 한 잔씩 품고 가는 기차를 등에 지고 퍼질러 앉아서 상상하는 노동은 달착지근한 향수 같다 됫병 소주에 뿌리까지 뽑힌 실업의 혀는 구렁이처럼 꼬여서 굽이굽이 버걱대고 푸른 정오일 때 하얀 깃발을 보았다 깃발은 여전한 신기루처럼 손짓하는데 지난 폭설에 고향의 헛간처럼 주저앉았을까 대륙에서 불어오는 황사에 눈앞이 칼칼하다 깃발은 무덤에 꿈을 숨겼는지 기대했던 만인지상은 낯빛을 바꾸고 날개를 접었다 바람 한 계단씩 쌓아가던 거친 시간은 하현달도 기우는 은빛 자정을 넘기자 달빛은 실밥이 터져 줄줄이 쏟아져 내리고 푸른 정오는 풀숲에 버려진 길로 걸어갔다 한번의 헛발질에 천 길 나락인 청춘의 깃발 무덤엔 무궤도의 부비트랩이 졸고 있었다 가고 싶은 곳은 어디였을까. 2006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