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추락하는 쌀낭자여, 날개를 펼쳐라

전숙 2005. 12. 21. 16:00
 

추락하는 쌀낭자여, 날개를 펼쳐라

 

                                                  맑음 전숙

 

오호, 통재라!

수천 년 내리 백의민족의 먹거리 쌀낭자, 그리고 농부

하늘이 주신 천직이려니 여기고

하늘만 믿고 땅 부치며 허리 펼 날 없이 피땀 흘렸소

뙤약볕에 오지게 그을려 땅바닥과 똑같이 찌들어도

새까만 살빛에 농사일 후회한 적도 원망한 적도 없었소이다

우리와 동고동락 해온 쌀낭자

한 톨도 아까워서 그냥 흘려버린 적 더더욱 없었소


쌀낭자를 위해서도 이제 더 이상 이 수모 참을 수 없오이다

저잣거리에 쌀낭자 던져놓고 내 몸 태우듯 불 놓았소

내 생살이 타는구려

내 목숨줄이 끊어지는구려

내 평생이 검불이구려

정직한 땅심 믿고 열심히 일하면 하늘이 돌보겠지

농심이 천심이지 그리 살았소

무엇이 잘못되었나요

진작 고향 버리고, 선산 버리고 대처에 나가 공장에나 다닐 걸

원가도 없는 농사에 매달려

누굴 위해 내 평생 뼈골 빠지게 땅만 팠던가!

이제, 원망스럽소


한때는 없는 이들에겐,

이팝 배터지게 먹어보는 것이 소원일 때도 있었지요

새벽부터 종종거린 하루 품삯, 눈물 젖은 좁쌀 반 되였지요

이제는 하루 품삯이면 쌀 한 말

사람값 올라가고 쌀값 추락하니

세월이 좋아진 것 맞긴 맞는데요

한민족 먹여 살린 농부 설자리는 어디인가요

초봄부터 허리 휘게 온갖 정성 쏟아 부어

물쌈박질 해가며 불가마 같은 여름땡볕 밟고 가을걷이까지

여우볕 쬘라 여우비 피할라

알뜰히 키워서 이제 여우살이 하려니

곱게 키운 딸, 지참금까지 딸려서 시집보내라니요

가르치고 키우느라 들인 농약값 비료대 인건비

그건 너희 친정집 사정이지 자기네 알바 아니라니요


대책도 없이 쌀농사 포기하라면 어쩌자는 것인가요

그래요, 원대로 손 떼리다

땅만 아는 농군이니 군말 없이 구조조정 당하리다

쌀낭자와 평생지기로, 피붙이로 정들었으나 이제 이별하리다

누군가 잘난 이 있어 우리 민족 굶겨 죽이 지야 않겠지요

나락으로 떨어져 내리는 쌀낭자 받아주는 이 있겠지요

우리 농부야 어찌 살아가던 지 대수겠어요

하늘 믿듯 땅 믿듯 순진한 농군,

농사가 천직인 줄 잘못 안 죄로 밥줄 떨어진 농부,

잘난 이들 굳게 믿고 농업 사표 제출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