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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지 않은 길

전숙 2005. 11. 25. 23:19

    <가고 싶지 않은 길> - 맑음 전숙- 가고 싶지 않은 그 길에는 늦가을 미적거리는 메타세콰이어 갈빛으로 불타오르고 먼 길 날아든 노랑지빠귀 외로이 날개 품 쉬는데 나는 혼자서는 그 길 마주하기도 싫어 다른 에움길로 빙빙 애돌아 길을 잡았다 그런데도 무성히 보꾹*을 가리고 이글거리며 노을로 번져가는 불길은 아무리 애돌아도 보름달처럼 내 머리위에서 타올랐다 아련하다는 것 눈물겹다는 것 가슴은 이미 맞구멍이 나서 여느 바람도 다 드나드는데 흘러가버린 사연은 아무리 뒤집어 찾아도 이제는 볼 수도 만질 수도 없는데 다시는 되돌릴 수도 없는데 그래도 한편으로는 여전히 내 길로, 우리 길로 남겨두고 싶은 애틋함에 미리내 그 넓은 별바다 어느 고샅에 머리카락도 보이지 않게 꼭꼭 숨겨두고 싶은 것이니 지나간 사랑이 그 나무 밑 어느 풀섶에 추억의 이삭 한줄기 떨어뜨렸을 리 만무한데 에움길 돌고 돌아 무심히 그 길에 들어서버린 어느덧 천관녀 집 앞에 당도해버린 못난 다리를 꾸짖으면서도 홀로 마음 바빠진 내 눈은 이미 작정이나 한 듯 그 나무들 발치에서 애잔하게 사위어가는 앙상한 풀뼈 사이를 샅샅이 뒤지고 있었다 *보꾹:지붕의 안쪽 처마,천정,하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