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없음 담쟁이 덩굴의 먹빛 눈물 전숙 2005. 11. 15. 17:21 <담쟁이덩굴의 먹빛 눈물> -맑음 전숙-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움켜쥔 그녀에게 쏟아지는 찬사는 뜨거웠다 남성들의 그것처럼 울룩불룩한 이두박근 철근처럼 단련된 건강미 그 여자를 에워싼 사람들은 그녀의 강인한 체력만을 보았다 그녀가 훈련을 쉬는 여름이면 수련들 도란거리는 호숫가 나무벤치에 앉아 다소곳 연노랑 꽃무늬 민소매 원피스를 입고 꽃볼을 다독여주는 강바람과 애틋한 사연을 나눈 일은 아무도 몰랐다 오르기 버거운 바위산도, 깎아지른 절벽도 외마디 비명 한 번 지르지 않고 기어오르는 그녀의 인내에, 독함에 갈고리 같은 덩굴손의 흡착력에 경탄을 하면서 사람들은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고통으로 짓이겨진 손가락 마디마다 촘촘히 돋아난 털바가지로 울상이 되었을 때도 사람들은 야성미가 넘친다며 부러워했다 시퍼렇게 무성했던 젊음이 하늬바람에 스러지자 사람들은 그녀를 까맣게 잊었다 돌담에 기대어 우두커니 한 점 별처럼 명멸하며 붉은 단풍으로 고실라져 가는 그녀의 여윈 몸에는 언제부터인지 먹빛 열매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노을빛 추억도 사위어가는 어느 가을날 목마른 곤줄박이 한 마리 그녀에게 날아들었다 눈 먼저 반가운 곤줄박이, 흐뭇한 미소로 그 먹빛 열매 속내까지 깊숙이 음미했다 순간 곤줄박이는 누군가의 먹빛으로 내려앉는 심장을 관통하여 그이의 욱신거리는 상처를 쪼았음을 알았다 아리고 씁쓸한 그 맛에 곤줄박이는 온 입안이 헐고 불어터졌다 사람들은 곤줄박이의 이야기를 듣고서야 포도송이처럼 주저리 열린 먹빛 열매가 그녀의 고독한 눈물임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