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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 소묘-전숙
전숙
2006. 12. 14. 11:47
*백화점 소묘* -전숙- 과수원에 가면 상품으로 심각한 흠이 있는 과일은 철이라고 하여 등외품으로 분류해놓는다 능숙하게 제켜지는 장애 1등급 백화점에서도 철지난 옷은 마네킹에게서 벗겨져 내리고 바겐세일을 목표로 어슬렁거리는 아줌마를 노리며 가판대에 누워있다 지하철역사 맨바닥에 구겨진 노숙자 공판장에 가서 과일점 뒤꼍 그늘에 내쳐진 등외품 철을 온전한 제 친구들의 반값만 치르고 백화점에 들러 육신 못 쓰는 노구처럼 가판대에 몸을 부린 철지난 원피스를 삼분의 일 균일가에 카드를 긁고 철지난 옷차림으로 철과일을 깎는다 이렇게 제 철을 놓치고 한 켠으로 제켜지다보면 저승사자도 철지난 나를 지나쳐버리고 어느 시큼하게 쉬어진 날에 우연한 가판대에서 오래 묵은 나를 뒤적거리며 이걸 데려갈까 말까 고민하는 것은 아닐까. |